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석유공사가 막대한 세금 손실을 안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인 곽원준 E&P/에너지사업본부장에게 부사장 직함을 부여하고 성과급까지 챙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받은 ‘상임이사 대외명칭 운용안’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 30일 상임이사직에 해당하는 기획재무본부장과 E&P/에너지사업본부장 자리에 대해 각각 CFO(최고재무관리자)와 CTO(최고기술관리자)의 직함을 주기로 하고 ‘부사장’ 명칭을 부여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최문규 기획재무본부장과 곽원준 E&P/에너지사업본부장이 각각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특히 석유공사의 임명은 12·3 비상계엄으로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해 탄핵이 의결된 직후 권력 공백기와 내란으로 인한 혼란 상황을 틈타 이뤄진 것이다. 석유공사는 이와 관련해 “부기관장급 외부회의, 신사업 투자유치 및 정부·언론·국회 등 대외기관과의 원활한 업무 협력관계 형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곽 부사장은 최종 실패 결론이 난 동해 심해 유전 개발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논란이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이끌고 석유공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준 임원이 ‘신사업 투자유치 및 대외 협력관계 형성’을 위한 적임자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곽 부사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실패작이자 석유공사에 막대한 부채를 안겨준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와 운영에 관여한 인물이다.
앞서 그는 지난해 6월 동해 심해 유전 개발 사업을 설명하는 액트지오의 아브레우 박사의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평가작업을 총괄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윤석열의 ‘국정브리핑 1호' 발표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탐사 결과 가스포화도가 경제성 판단 기준치(40%)에 한참 미달(6%)한 것으로 나타나 올해 2월 안덕근 당시 산업부 장관이 실패를 인정했고, 지난 21일 정부는 프로젝트의 실패를 선언했다.
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는 탐사 및 시추비 약 1263억 원, 분석업체 엑트지오 용역비 약 41억 원, 정밀 분석비 약 14억 원 등 1,300억 원을 웃도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20년부터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있고, 연간 약 수천억 원 수준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석유공사 상황에선 ‘존폐'까지 좌우할 수 있는 막대한 손실이다.
실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24년 석유공사의 자산은 20조4915억 원으로 집계됐으나 부채 21조8131억 원으로 자본총계는 –1조3216억 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석유공사는 ‘2024년도 조직 성과 평가’를 진행하며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동해탐사팀에 15점 만점 중 14.4점을 부여해 S등급을 줬다.
상위 부서인 E&P/에너지사업본부 국내사업개발처도 A등급을 받았으며 본부장인 곽 부사장에게는 300%를 웃도는 성과급이 산정됐다.
이와 관련 석유공사가 권향엽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곽 부사장은 1급(수석위원) 직급이던 2024년 1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기본연봉월액의 373%(1300여 만 원), 임금피크가 적용된 5월 1일부터 8월 18일까지는 330%(670여만원)의 성과급이 산정됐다.
이후 그는 은퇴 수순을 밟아야 할 시점이었지만 퇴직 직전 유례없이 상임이사로 임명되면서 8월 19일부터 12월 31일까지도 연봉의 32%(1300여 만 원)가 2025년도 지급할 성과상여금을 받았다.
또 곽 부사장이 액트지오의 아브레우와 유망성 평가를 실시해 유망구조 대왕고래를 도출한 2023년에 대한 평가로 작년 연말 기본연봉월액의 427%(4214여 만 원)의 성과상여금을 지급받았다.
한편, 올해 5월에는 곽 부사장의 논문 공동저자이자 대왕고래 사업의 기술자문위원이었던 권이균 공주대 교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권향엽 의원은 “윤석열 첫 국정브리핑에서 대왕고래가 ‘삼성전자 시총의 5배’라고 하더니 1,263억 원의 혈세가 공중분해됐다”며 “대왕고래는 실패했지만, 대왕고래 사업을 주도하고 자문했던 관여자들은 전 정부에서 영전해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