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화가 설연석


조용히 마주한 캔버스 속, 묵묵히 서 있는 대나무들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여류화가 설연석의 세 번째 개인전 ‘먹빛 속에 서다 展’이 전남 광양시 중마동에 자리한 아트공간 ‘이음’에서 열리고 있다.

9월 3일부터 10일까지 8일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에는 설연석 (사)한국미술협회 광양지부 한국화분과위원장의 대나무 그림 30점이 출품돼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대나무 중에서도 풍죽도가 주를 이루고 있어 소리 없는 울림과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리는 떨림을 느끼게 한다.

설연석의 손끝에서 태어난 대나무 이야기들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자연과 마주하는 사람의 내면까지도 담아내는 예술의 깊은 결이 녹아 있다.

설연석 作 ‘바람의 기억’


그리고 한 획의 붓질, 한 점 먹의 깊이, 채색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표정과 작가의 마음을 동시에 읽게 한다. 즉 그림으로 말하고, 먹으로 사유하고 채색으로 완성한다는 의미다.

그녀의 대나무는 고요하고, 견고하며, 무엇보다 아름답다. 이 그림 앞에 서면 마치 자연 속에서 흔들리며 교우하는 대나무의 내면의 세계를 만나는 듯하다. 말없이도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그런 진짜 만남이다.

설연석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마치 대나무가 우리에게 말을 거는 듯한 감성으로 재해석해 시와 소리를 화폭에 담아냈다. 그런가 하면 채색을 통해 은유와 의식의 자유로움을 동화처럼 따뜻하고 아름답게 풀어냈다.

설연석 作 ‘어둠을 걷는 빛의 노래’


특히 풍죽을 통해 댓잎을 방불하는 소리의 묘사를 담는다. 화가의 눈으로 그린다면 정물화에 가까운 작품이 탄생하겠지만 그녀는 대나무의 소리를 그린다. 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소리를 표현하는 데는 역부족이 있지만, 그녀는 가볍게 그 한계를 넘어선다.

이는 댓잎을 살피는 화가의 세심하고 끈질긴 통찰 때문이다. 댓잎과 댓잎들이 저마다 다른 바람결에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 그것을 발견한 것이다. 같은 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부는 바람이라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여 흔들림으로 표현해내는 댓잎의 그 미묘한 각각의 차이들을 그녀는 잘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끊임없는 성찰과 고뇌는 작가 노트에 잘 드러나 있다.

설연석 作 ‘햇살 품은 대숲’


먹빛 속에 서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 삶의 자세이자 그림 속의 대나무는 단지 식물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존재의 상징입니다./ 비어 있으되 속이 단단하고/ 휘어지되 결코 꺾이지 않는 대나무처럼/ 나는 번짐 많은 세상 속에서도 묵묵히 그리고 단단히 서고자 했습니다.

먹빛은 어둠을 닮았지만 그 안엔 수많은 농담이 있습니다./ 흐림과 탁함이 한 획 안에 공존하는 세계/ 그것이 어쩌면 우리 삶과 가장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그 먹빛 속에 서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비워냄으로써 더 깊어지는 나를 마주합니다./ 먹빛 속에 선다는 것은 그저 어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겠다는 하나의 다짐이자 사유입니다.

이번 전시는 침묵 속에 서 있는 하나의 존재로서 먹과 여백 그리고 대나무라는 소재를 통해 내 생각과 마음을 관객과 조용히 나누고자 합니다.

- 작가 노트 중에서

설연석 作 ‘희망’


설연석 작가는 3회의 개인전과 바람 바람 부채전, 네팔·한국 현대미술교류전, 대한민국 한국화페스티벌, 전국 여성작가 100인 초대전, 광양미술협회 정기전, 광양·포항미술교류전, 예향 탐라교류전, 붓의 느낌전, 탐미회원전, 광양미술인 베트남 호이안특별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제37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입상했으며, 여수 전국바다사생대전 대상 수상 및 심사위원 역임, 전국 섬진강미술대전 초대작가, 진도 소치미술대전 추천작가, 개천미술대전 추천작가를 역임했으며, 광양미술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광양지부 회원, 탐미회 회원, 전남여성작가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태인동 종합복지센터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