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성명서 캡처


전남교육청이 추진하는 ‘선진형 학교 다담은 화장실 사업’과 관련해 교육 재정 집행의 우선 순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이하 전남지부)에 따르면 최근 전남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선진형 학교 다담은 화장실 사업’과 관련해 2년간 22개 학교에 164억 원, 학교당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면서, ‘황금 화장실’이라는 조롱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전남교육청이 교육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근본적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심각한 문제라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해 전남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극소수 학교에 집중된 막대한 예산이 형평성의 붕괴를 가져온다”며 “지금 학교 현장에서 절실한 것은 일부 학교의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모든 학생과 교사가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청결한 화장실 개선이다. 그러나 전남교육청은 33개교 교에만 164억 원을 쏟아붓고, 다수 학교의 현실적 불편은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린 결정이며, 무엇보다 불요불급한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 전형적 전시행정이다”며 “사업 선정 기준과 예산 산출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학력’ 예산은 22억 원인데 ‘호화 화장실’ 예산이 164억 원이라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남지부에 따르면 전남교육청은 2025년 기초학력 지원 예산을 전국에서 가장 크게 삭감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는 교직원 전문적학습공동체 지원비는 0원으로 전액 삭감됐고, 2학기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출장비조차 삭감돼 지급되지 못하는 학교도 존재하는데 화장실 리모델링에는 수십억 원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남지부는 “아이들의 학습권과 교사의 전문성은 뒷전이고, 부대 시설 치장만 앞세우는 모습에 교육 재정의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아이들의 배움과 교사의 성장을 뒷전으로 밀어둔 채 보여주기식 사업에만 몰두하는 것이 교육청의 철학인가? 현재 전남교육은 교육은 없고 정치만 남아 있다”고 성토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속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전남도의회의 역할도 제기됐다. 무기력한 도의회의 사라진 견제 기능이 도 교육청의 부실예산 집행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는 것이다.

전남지부는 “이처럼 상식 밖의 예산 집행이 반복되는 이유는 전남도의회의 무기력에 있다”며 “교육청의 사업을 감시하고 예산의 합리성을 검증해야 할 도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견제 없는 행정은 왜곡과 낭비를 낳는다. 전남도의회는 교육청의 전시성 사업을 감싸는 방패가 아니라, 도민의 세금을 지키는 방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전남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업비 산출의 타당성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누가, 어떤 기준으로 공사를 결정했는지, 실제 공사비용과 산출금액의 차이는 없는지, 특정 업체에 반복적으로 계약이 몰린 것은 아닌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교육청 스스로 신속히 조사에 나서야 하며, 필요하다면 감사원과 수사기관의 철저한 검증을 받는 것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남지부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며 “비가 오면 누수 걱정에 시달리는 학교, 교사용 지도서조차 예산 부족으로 구매 축소 지시를 받는 학교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이고 쾌적한 화장실’이라는 미사여구는 공허하기만 하다. 교육청의 예산 배분과 집행은 근본적으로 전환돼야 하며, 현장의 절박한 필요 해결이 교육청의 첫째 사명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남지부는 끝으로 △‘다담은 화장실 사업’ 선정 기준과 사업비 산출 근거 전면 공개 △특정 업체와의 유착·특혜 여부 철저한 조사 △모든 학교의 화장실 실태 전수 조사하고, 균형 있는 예산 배분 △교육 재정은 불요불급한 홍보성 사업이 아니라, 기초학력 보장과 학교 현장의 어려움 해소에 우선 배정 △전남도의회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교육청을 철저히 견제·감시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