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및 위조 의혹을 받는 김건희 씨의 학술논문 5편이 여전히 한국연구재단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건희 논문 4편을 게재한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는 2023년 4월 이후 지금까지 연구윤리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단 한 차례도 검증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회는 KCI A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관리·감독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전남 순천갑)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가 발간하는 ‘한국디자인포럼’은 최근 10년간 실태점검에서 꾸준히 A등급을 유지해왔다. 2020년에는 총점 98점, 2022년에는 96점을 기록했다.
2023년과 2024년에도 김건희 씨 논문 관련 민원이 제기돼 점검 대상에 포함됐으나 “특이사항 없음”으로 결론 내려졌다. 이는 학술지 운영 절차와 형식만 평가한 결과로, 논문 개별 내용이나 연구윤리 위반 여부는 아예 검증 대상에서 제외됐다.
KCI는 한국연구재단이 운영하는 국가 차원의 학술지 평가·인용지표 시스템이다. 흔히 ‘한국판 SCI(Science Citation Index)’로 불리며, 대학 교수 임용이나 승진, 연구비 지원 심사 등 연구자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KCI A등급은 국가가 인증한 최고 권위의 학술지 지위를 의미한다.
한국연구재단은 “연구부정행위 검증 책임은 연구자의 소속기관이나 학회에 있다”며 “학회가 윤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검증을 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단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부정 검증 미실시로 제재를 받은 학회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제도상 학회가 책임을 회피하더라도 교육부·한국연구재단이 직접 조사할 권한이 없어, 해당 학회의 KCI 자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더 심각한 문제는 위조 의혹 논문이 명백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국회에서는 김건희 씨의 학위논문뿐 아니라 학술논문에서도 연구부정 사례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김건희 씨의 2009년 논문 ‘디지털 콘텐츠 이용 만족이 재구매 요인에 미치는 영향’이 2008년 설민신 한경국립대학교 교수가 발표한 논문의 설문 데이터를 그대로 차용한 ‘가짜 데이터 논문’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김문수 의원은 “김건희 씨의 논문 문제는 개인의 표절·위조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윤리위원회조차 없는 학회가 국가기관으로부터 최고 등급을 받는 현실이야말로 연구윤리 관리체계가 무력화됐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학회 자율성만을 핑계 삼아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학회의 KCI 자격철회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