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여수시의원(무소속, 미평‧만덕‧삼일‧묘도)
여수 영취산 자락에 숨겨진 천혜의 기도도량인 ‘도솔암’이 화마에 무너졌다.
30만 여수시민과 불교 신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도솔암은 자연유산 명승지 내에 포함된 천년고찰로써 고려 중엽 보조국사가 창건한 흥국사 산내 압자 14곳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도량이다.
비록 유명 사찰은 아니지만 해발 510미터에 위치해 있고, 수려한 경관에 둘러싸여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숨은 암자다. 봄이면 진달래와 가을에는 꽃무릇 등 영취산의 아름다움과 함께 산사의 고즈넉함을 안고 있다.
이처럼 소중한 유산인 도솔암이 지난 11일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 요사채, 극락전 등 보존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 잿더미가 됐다.
이번 참사는 단순한 불운이 아닌 수차례 경고를 외면한 끝에 터지고만 명백한 인재(人災)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이번 도솔암 화재는 그동안 지역 문화재 관리에 소홀한 여수시 행정의 무능‧무책임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한다.
본 의원은 그간 시의회에서 흥국사, 향일암 등 지역 주요 사찰들이 극도로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하면서 조속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특히, 목조 건축물의 특성상 초기 진화가 어려운 만큼 감지체계 구축과 소방시설 보강이 시급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과거 구태를 답습했다. 사실상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해왔다는 사실은 거센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그저 불이 나지 않기만을 바란 것일까? 얼마 전 전국 산불로 잿더미가 된 천년고찰 고운사의 운명이 그저 남일이라고만 여긴 것인가?
문화재 관리에 있어 가장 위험한 것은 ‘설마’라는 방심이다. 보고서에만 의존한 탁상행정과 현장을 외면한 점검은 또 다른 피해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번 도솔암 화재는 행정의 무책임과 안일함이 불러온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수시는 불탄 사찰 문화재에 대한 재건 및 보수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시는 지역 내 전통 사찰과 문화재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화재 감지기 설치, 소화시설 보강, 예산 우선 편성, 전문 인력 확보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종교계와 소방당국과의 협력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행정의 미온적 대응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국보‧보물급 문화유산도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본 의원은 이번 화재는 엄연한 여수시 문화재 관리 행정의 ‘직무유기’로 규정하면서 여수시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신속히 수립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의회 차원에서도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을 끝까지 추진할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