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안 설문조사, 보건복지부 입맛대로 문항 왜곡 ‘여론조작’

연금개혁안의 긍정, 부정 효과 소상히 알리고 재조사 필요

김영만 기자 승인 2024.10.21 13:27 의견 0

국민연금 제도 개혁에 대한 가입자 인식 및 동의 수준 조사 문항(개혁방향)(자료:국민연금공단(2024) 전진숙 의원실 재가공)


정부가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 설문이 정부안에 대한 찬성을 유도하는 내용 중심으로 문항을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소득보장 등 초안에 있던 설명은 삭제하고 재정 안전성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을 통해 2024년 8월 16일부터 8월 29일까지 ‘국민연금 제도 개혁에 대한 가입자 인식 및 동의 수준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은 전국 20~59세 남녀 국민연금 가입자 281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소요예산은 2980만 원이었다.

그런데 설문에 필요한 제도 설명자료가 초안과 최종안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설명자료에서 초안은 국민연금제도가 ‘국민을 보호하고 빈곤을 해소하는 국가사회보장제도’이며, ‘소득이 중단되거나 상실될 가능성이 있는 국민들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기술했다.

그러나 최종안에서 이러한 문장은 모두 삭제됐고, ‘2055년경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문장이 추가됐다. 노후소득보장강화에 대한 설명은 빠지고 재정 안전성만 강조된 셈이다.

제도 설명 후 이어진 “ 어떤 방향으로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이 51.8%로 노후소득보장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한다(45.6%)는 의견보다 많았다.

연금개혁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동안정화장치에 대한 설명자료도 초안과 최종안의 차이가 컸다. 초안에서는 자동안정화장치의 예시로 ‘가입자 수가 증가하거나 일정 수준을 초과하여 보험료율을 낮추는 경우’와 ‘가입자 수가 감소하거나 보험료 수입이 줄어드는 경우 급여수준을 축소 지급하는 경우’를 함께 설명했다.

그러나 최종안에서는 “인구가 고령화되고 출생률이 낮아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자동으로 연금액을 조정하여 줄이는 ‘자동 안정화 장치’를 일부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다.”는 전제를 먼저 설명하고 ‘매년 자동으로 연금액을 조정’한다고 완화해 표현했다.

또 자동안정화장치 도입하면 생애 총 급여가 약 17% 삭감된다는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구용역 자료가 있었는데도 이러한 단점은 설명자료에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이어진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도입을 동의하는 비율(67.4%)가 동의하지 않음(32.6%)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연금개혁안의 다른 핵심인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화’에 대한 설문조사 초안의 설명자료에서는 “일정 연령 도달 시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수급 개시가 임박한 연령대 가입자를 대상으로 더 높은 보험료율 인상률을 적용하는 방식”이 연령별 단계적 인상이라고 기술했다.

그러나 최종안에는 “과거에는 보험료를 적게 내고 연금을 많이 받았지만, 현재 젊은 세대는 많은 보험료를 내고 적은 연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전제한 후,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추고자 보험료 인상속도를 다르게 적용한다고 기술했다.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화 도입’을 묻는 질문에도 동의(65.8%)한다는 답변이 동의하지 않는다(34.2%)는 답변의 두배에 가까웠다.

이에 대해 전진숙 의원은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연금개혁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이렇게 편향적으로 진행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설문조사 문항을 조작, 정부의 입맛대로 여론조사를 왜곡한 담당자를 찾아서 반드시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자동조정장치’, ‘세대간 보험료율 인상속도 차등화’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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