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멋과 맛,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남도영화제 시즌2 광양이 지난 주말 내내 ‘로컬 영화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다양한 강연 프로그램을 열고 관객들을 만났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것은 남도를 영화, 문학, 역사, 로케이션이라는 키워드로 돌아본 강연 프로그램 ‘5인 4색 남도 이야기’다.
먼저 25일에 열린 송효정 영화평론가의 강연 ‘영화 역사의 남도-한국영화의 전라도 사투리 재현을 중심으로’에서는 1960~70년대 영화 ‘용팔이’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박노식과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쳐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수미, 두 사람의 걸쭉한 사투리 연기 역사를 중심으로 한국영화에서 재현되는 전라도를 돌아봤다.
또 현대사의 비극이 벌어지는 현장에서의 언어, 해학을 담은 코미디 장르의 대표 언어, 한국 사회의 갈등과 차별을 상징하는 언어 등 한국영화 내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상징성을 짚어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정기현 소설가와 황예인 문학평론가가 참석한 두 번째 강연 ‘문장으로 지은 남도’는 현대문학에서 남도가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시작했다.
특히 정기현 소설가는 이번 강연을 앞두고 광양을 방문해, 인류 역사상 최초로 김을 양식한 태인동 김 시식지(전남도기념물 제 113호)와 김을 최초로 음식화한 김여익에게 아이디어를 얻은 단편 소설 ‘밤나무 가지에 이름 모를 해조가’를 인쇄물로 제작, 관객에게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역사학자 김재원은 ‘한국사 속 남도, 그 각인된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서 “남도는 한국인들에게 ‘울림’을 주는 단어”라 명명하고 “‘북도’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남도’만이 정체성을 획득한 것은 전라남도에 축적된 역사적 경험이 단순한 행정 구획을 넘어 문화·정치·사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악녀’, ‘소리도 없이’ 등으로 유명한 박정훈 촬영감독은 ‘촬영지의 남도’ 강연에 나서 영화 ‘서편제’의 청산도, ‘천년학’의 광양 매화마을, ‘설행_눈길을 걷다’의 나주 노안성당과 ‘빅토리’의 순천금당고등학교 등 영화 속에 담긴 남도의 풍경을 이야기했다.
한편 CGV광양에서는 광양 청소년과 시민들이 영화 창작자와 프로그래머로 변신해 그 결과물을 관객과 나누는 자리가 열렸다.
먼저 ‘남도 틴즈’에서는 순천왕지초등학교와 광양여자고등학교 방송부(KGBS) 학생 등이 5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해 영화인의 이름을 달고 자리에 나섰다. 참여자들은 시나리오 구성부터 촬영까지, 각자 작업한 영화에 대한 에피소드를 회고하며 “야간 촬영에 야외 촬영 등이 겹쳐 정말 힘들었지만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남도 로컬 프로그래머 2기 특별섹션: 철을 위한 시간’에서는 광양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남도 로컬 프로그래머 2기가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등의 수업 과정을 거쳐 직접 선정한 영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선발된 3인의 남도 로컬 프로그래머들은 “광양의 많은 분들이 제철 철강 산업에 종사하고 계신다. 이분들을 포함한 광양 시민 모두가 좀 더 다양한 꿈을 꾸고, 그 꿈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제를 ‘철을 위한 시간’이라고 정했다”며 단편영화 ‘경로를 재탐색 합니다’, ‘그래도, 행복해’, ‘우리의 여정’, ‘자유연기’를 소개했다.
주말 내내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남도영화제 시즌2 광양’은 오늘, 10월 27일(월) 오후 4시 문화예술회관에서 폐막식을 열고 장·단편 경쟁부문 수상작을 발표했다. 영화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웹사이트(www.ndf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