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향엽 의원이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월성본부가 무료로 주는 국수도 맛있게 먹었잖아!’
‘월성원자력본부가 경주시 지방세로 2190억을 냈다지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무료국수 현수막 논란'과 관련해 본부장과 처장 등 전 월성원자력본부 최고위직 간부 2명에게는 감사실이 요구한 것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린 반면, 지역협력부장과 지역사회파트장 등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징계 수위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수막 문구를 직접 작성해 광고업체에 전달한 담당직원은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지 않고, 경고 처분에 그쳐 무징계로 확정됐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국정감사를 위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월성본부 징계심사 보고’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10일 징계심사위원회를 열고 전 월성본부장 A씨와 대외협력처장 B씨에게 상임감사위원회가 의결한 감사처분요구보다 하향조정한 감봉 1월을 각각 확정했다.
반면 감봉 1월이 요구됐던 지역협력부장 C씨와 견책을 요구됐던 지역사회파트장 D씨에 대해서는 각각 감봉 2월로 오히려 각각 상향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월성본부장 A씨와 대외협력처장 B씨는 경주시내 현수막 게시 당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는 점과 관리감독의 책임을 인정하는 점, 이 사건 이후 보직해임됐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감봉 1월로 경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에 작성한 동경주(감포읍, 양남면, 문무대왕면) 지역에 게시할 현수막 작성 초안 12개의 내용도 경주시내에 9월 15일 게시돼 물의를 일으킨 현수막 내용과 유사한 맥락으로 작성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동네 경로잔치도 매년 월성본부가 3천만 원씩 지원해 준다던데 니 알고 있나?'
‘어학연수에 장학금에, 학교체육대회 지원까지, 우리자식들 교육까지 챙겨주는 월성본부 참 고맙데이~'
‘우리동네에 100세 넘은 어르신들 선물도 드리고 장수마을 잔치도 열어줬다 아이가'
이러한 결재 문서 내용을 보고 받은 대외협력처장 B씨는 "사투리를 이용한 현수막 홍보는 참신하다”등의 의견을 제시했고, 전 본부장 A씨는 "적극적인 노력은 나쁘지 않다” 는 등의 의견을 제시하며 초안에 대해 큰 이견 없이 결재했다.
당초 감봉 1월에서 감봉 2월로 확정된 지역협력부장 C씨는 기본방침 문서를 입안하면서 현수막 문구가 지역사회에 반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으며 이후 경주 시내에 현수막을 게시한다는 사항을 보고 받았을 때 세부사항에 대한 확인을 하지 않았다. 또한, 상위권자에게 보고하거나 보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징계 사유였다.
당초 견책처분 요구를 받았다가 감봉 2월이 확정된 지역사회파트장 D씨는 기본방침 문서를 미흡하게 작성하고, 이후 경주 시내에 게시된 현수막 문구를 결정했다. 지역홍보 현수막 문구가 지역사회에 반감을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임에도 상급자에 대한 보고를 누락한 점이 인정됐다.
월성본부는 A씨와 B씨의 경감 사유에서 보듯, 당초 지난 6월 홍보계획을 수립 당시 동경주 지역에 현수막을 게첩할 계획이었으나, 지정게시대에 공간이 부족해 경주시내에 게시하기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파트장 D씨과 담당직원 E씨가 경주시내에 우선 현수막을 게시하기로 결론짓고, 부재중이던 지역협력부장 C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보고하고 부장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외협력처장이나 본부장에게는 보고되지 않았다.
권향엽 의원은 "동경주 주민도 경주시내 주민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상급자가 경주시내 현수막 게시에 대해 보고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감경한 것은 ‘상급자는 가중 처벌한다'는 징계양형기준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솜방망이 처벌로 그쳐선 재발방지할 수 없다”며 "경고로 끝난 문구 작성 담당직원에 대해 인사관리규정에 따라 직무대행 직권으로 징계 의결 요구하고, 징계양정이 경감된 인원들에 대해 감사실이 재요구를 검토하도록 지시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