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대기업, 주민 약속 팽개치고 폐교 사유화

송하진 의원 5분 발언서 폐교 실태 지적
삼일중 묘도분교 십수 년 넘게 폐허 방치

김영만 기자 승인 2024.06.05 16:07 의견 0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삼일중학교 묘도분교(사진=송하진 의원실)

여수지역 폐교 활용이 공익 목적이 아닌 특정 기업의 사유재산이 되어선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송하진 여수시의원(무소속, 미평・만덕・삼일・묘도)은 여수시의회 제237회 정례회 1차 본회의 5분 발언서 이같이 지적했다.

송 의원은 14년 전 폐교한 삼일중학교 묘도분교가 참담하게 방치된 모습을 지적했다.

송 의원은 “묘도분교는 건물 내외부가 부식되고, 각종 폐자재가 방치돼 있으며, 쥐나 해충의 사체, 배설물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교실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가 떨어져 나간 채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특히 모기 등 각종 해충이 서식하고, 탈선 및 우범 지역으로 전락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각종 폐자재가 쌓여 있어 화재 위험이 높은 데다 마을과 가까워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수산단 대기업이 2012년 묘도분교를 매입하면서 공익시설로 조성하겠다고 확약한 협정서(사진=송하진 의원실)

송 의원에 따르면 묘도분교는 1982년 4월 1일 개교, 2010년 2월 마지막 졸업생을 끝으로 폐교했다. 이후 2012년 여수산단 굴지 대기업이 폐교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대기업은 매입 당시 주민복지 시설 건립 및 운영 약정을 걸고 폐교를 매입했다. 그러나 약정 이행 기간인 10년이 넘어도 계약 내용을 일체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약속을 이행하라"는 묘도 주민들의 요구도 묵살한 채 폐교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송 의원은 "폐교 부지는 양지바르고, 접근성과 경관이 뛰어나 명당자리로 여겨지는 땅"이라며 "별장, 사택 등 사적 시설을 조성하거나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산 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기업이 작정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전남교육청과 여수교육지원청도 방기하고 있다"면서 "교육청과 기업의 짬짜미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폐교부지는 지난 1982년 묘도 주민들이 십시일반 공동기금을 모아 땅을 매입한 뒤 전남도에 기부채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다리가 없어 배를 타고 육지 학교를 오갔던 묘도 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위해 주민의 피와 땀으로 지어진 유서 깊은 학교라는 것이 송 의원의 설명이다.

송 의원은 “비록 수십 년이 지났지만, 특정 대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땅”이라며 “‘주민들을 위한 공익시설로 조성하겠다’라는 사탕발림으로 폐교 부지를 먹잇감 낚아채듯 자신들의 소유물로 만들고 정작 약속한 공익사업을 헌신짝처럼 버리며, 자매결연 마을주민들을 농락하는 행태를 묵인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지역 상생을 외치면서 뒤로는 각종 환경 사고는 물론 주민들의 소중한 자산을 강탈하는 행위는 지역사회에서 결코 존중받을 수 없다”면서 “대기업이 공익시설을 10년 동안 조성하지 않았으므로 약정 불이행에 따라 대기업으로부터 폐교부지 소유권을 환수하고, 본래 취지에 맞게 공익시설로 직접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소중한 학교 부지를 기업에 빼앗긴 묘도 주민들은 어디다 하소연할 곳 없이 기업만 원망하고 있다”면서 “향후 폐교 활용 과정에서 주민을 위한 공익 목적과 취지에 맞게 각 기관과 주체 간 약속 이행 촉구 및 중재 역할에 노력해 달라”며 여수시 집행부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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