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젖고 있는 ‘순천민심’

칼럼니스트 김용수의 ‘세상 엿보기’

CNBC NEWS 승인 2020.03.10 03:05 의견 0

찢겨진 순천민심이 봄비에 젖고 있다. 순천을 무시하는 것인지, 순천사람을 무시하는 것인지, 하늘도 야속하다. “민심은 천심이다”는 뜻을 민주당과 정부여당은 몰랐단 말인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묵묵부답하고 있는 정부여당이 원망스럽다. 이를 지켜본 순천민심은 정부여당을 떠나는 한편 반민주당기류로 흐르고 있다.

지난밤부터 내리고 있는 봄비가 멈춤 줄 모른다. 순천민심을 대변이라도 하듯 추적추적 가슴팍을 후벼 파고 있다. 아마도 순천민심이 격노한 나머지 분노로 치솟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선하고 순한 순천사람을 마구잡이로 대하는 정부여당의 심사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권모술수가 능란한 정치판에서 정부여당의 보이지 않는 횡포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어쩔 도리가 없단 말인가? 순천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위선과 거짓을 모르는 순천민심은 정부여당인 민주당을 떠날지도 모른다. 천부당만부당한 민주중앙당의 횡포를 보고서도 그냥그대로 수긍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순천사람의 자존심과 순천의 자존감을 뭉개버리는 집권여당의 잘못된 행위에 반기를 들고 순천민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아무리 정치무대가 모순투성이라 할지라도 ‘순천민심’을 져버린 정부여당의 횡포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촛불시위로 태어난 민심의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한 정치놀음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은 크게 후회할 일이다. 아니다 그 정치놀음을 분구지역인 순천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큰 오점이 아닐까 싶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분노하면서 뼈있는 말을 전하고 있다. “호남이 민주당 텃밭이라는 자만심과 오만함에 순천을 만만하게 보고 지들 맘대로 찢은 것 아니냐?”며 “또 그렇게 맘대로 찢는 것도 부족해서 총선후보마저 당원들 손으로 뽑지도 못하게끔 ‘낙하산’을 내려 보낸다는 소식에 더 기가 차고 분노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이었다. 21대 총선을 불과 36일 앞두고 전남 순천지역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내용은 지난 7일 국회에서 확정된 선거구조정안에 대한 반심이었다. 전남 순천시선거구가 시민들이 기대했던 ‘분구’가 아닌 ‘떼어지는’ 황당한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낙천, 낙선’운동의 뜻을 비쳤다. 순천의 자존감과 시민의 자존심을 더 이상 뭉개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무소속인 이정현 순천지역구 국회의원도 한마디를 전했다. 대한민국 정치무대 현 상황에서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는데, 이는 다수당이자 집권당이 토론과 논의도 없이 한밤중에 몰래 맘대로 뚝딱 했기 때문이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또 이 의원은 “이 모든 것은 민주당의 가장 큰 오점이 될 것이고, 정치권이 작은 권력을 행사했다면, 국민이 더 큰 권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의원은 “만약 정치권의 횡포에 무기력하게 대하면 주권자로서 대접을 못 받는다.”며 “헌법 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주권을 포기 말고, 국민이 눈 시퍼렇게 뜨고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민주당이 광주, 전남에서 유일하게 순천에만 전략공천을 하자 민심이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전략공천후보자가 몸담고 있는 순천대학교에서부터 반대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대학원생인 A씨(34)가 8일 오전 향림게시판에 소 교수의 전략공천을 반대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교수님께서 집권 여당의 인재로 영입된 것은 큰 자랑이었지만, 불과 두 달 사이에 그 자랑이 부끄러움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특히 반칙과 불평등으로 얼룩진 지난 조국 사태 이후 청년들이 받은 상처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공정한 과정과 아름다운 경쟁이 사라지고 정의가 짓밟힌 특혜의 결과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저희는 교수님께서 평등하지 못한 기회와 공정하지 못한 과정, 정의롭지 못한 결과에 응하실 분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다”며 “혹여 그런 일이 생겨 학생들이 부끄러워하고 학교가 피해를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님께서 한평생 지켜 오신 가치와 삶의 태도가 정치에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처럼 순천민심이 요동치고 분노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기본양심을 지킬 줄 아는 정치판도였음 순천민심은 순응했을 것이다. 순천민심을 달랠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그동안의 위정자들의 행보가 의심스럽다. “순천에서 인물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무색하다.

주룩주룩

봄비가 내리고 있다

용쟁이골에 내리고 있다

토실토실

버들개지 눈뜨고

노란 복수초 꽃 피어나는

용쟁이골에 내리고 있다

매화는 피고지고

연두 잎 돋아나건만

용쟁이골 봄은 멀기만 하다

봄비는

용샘을 적시고

용소를 적시며

용쟁이골 움막을 붙들고 있다

달구어진 움막구들장 베고 누운 누이야

타오르는 화목난로 불길 바라보는 누이야

잃었던 기억 더듬고 있는가

새파란 추억 들추고 있는가

슬금슬금 동장군 물러가고

엉금엉금 춘장군 다가서는

봄비 내리는 용쟁이골

허름한 움막에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있다

백구두도 아닌 하얀 고무신이다

(필자의 “봄비 내리는 용쟁이골”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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