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여수시의회 의원(무소속, 미평‧만흥‧삼일‧묘도)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메가시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다. 그러나 여수의 눈으로 보면 지금의 통합 논의는 발전 전략이 아니라 권력과 자본의 이동 계획에 가깝다.

통합이 과연 전남 전체를 살리는 길인지, 아니면 광주 중심의 재편에 전남 동부권을 종속시키는 구조인지, 이제는 냉정하게 따져야 할 시점이다.

여수국가산단은 대한민국 석유화학 생산의 약 30%를 담당하는 핵심 산업기지다. LG화학, GS칼텍스,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 대기업들이 수십조 원의 설비를 깔고 국가 에너지·소재 공급망을 떠받쳐왔다. 여수·광양만권에는 석유화학·철강·항만 물류를 축으로 수만 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다. 전남 제조업과 수출의 핵심 축이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산업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중국의 초대형 석유화학 증설, 글로벌 수요 둔화, 탄소 규제, 설비 노후화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여수산단의 핵심 기업들은 이미 감산과 사업 축소, 투자 연기 국면에 들어갔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적자와 사업 재편에 들어갔고, GS칼텍스 역시 석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전환 압박을 받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기업 문제가 아니다. 여수라는 도시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 광주·전남 통합 논의 속에서 여수산단의 위기와 재편 전략은 어디에 있는가? 통합 청사진을 보면 AI, 모빌리티, 바이오, 첨단산업은 광주와 서부권에 배치되고, 여수·광양은 여전히 ‘에너지·중화학’의 후방기지로 남겨질 가능성이 짙다.

그나마, 미래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순천·고흥에 우주산업을 얹었지만, 실제 고용과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탄소 부담과 구조조정 비용은 동부권이 떠안고, 미래산업의 열매는 광주가 가져가는 구조다. 이것이 공정한 통합인가.

만약 통합 이후 광주에는 AI와 연구소, 본사와 일자리가 몰리고, 여수에는 정유·화학 설비와 환경 부담만 남는다면, 그 통합은 ‘대통합’이 아니라 광주 중심의 흡수형 권력 재편이다. 광주를 살리기 위해 전남의 산업기반을 분해하는 정치라면, 그것은 국가 전략이 아니라 지역 수탈이다.

여수산단은 정리 대상이 아니라 전환의 핵심 거점이 되어야 한다. 수소·암모니아, 탄소 포집(CCUS), 첨단소재, 신재생에너지 연계 산업은 여수산단 부지와 인프라 없이는 불가능하다. 광주가 미래산업의 두뇌라면, 여수는 에너지와 소재의 심장이다. 심장을 빼고 몸을 키우겠다는 통합이 성공할 수는 없다.

따라서 광주·전남 통합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통합특별법’에 여수·광양 국가산단의 에너지·소재 전환 중심지 지정, 국가 재정과 세제의 집중 투입, 대기업 재투자와 산업 재편을 묶는 강제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 이것 없이 통합만 하면 여수를 비롯한 동부권은 쇠락한 산업도시로 남고, 광주는 신성장 거점이 되는 구조가 굳어진다.

우리는 이미 3려 통합이라는 이름의 실패를 겪었다. 도시를 합쳤지만 원도심은 붕괴됐고, 갈등은 통합이 아니라 분열로 고착됐다. 이번에는 도시 하나가 아니라 전남 전체가 그 실험대에 오른다.

통합의 이름으로 여수산단을 희생시키고 동부권의 부담을 키우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실패의 반복이다.

통합은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예산·결정권을 누구에게 집중시키느냐의 문제다. 여수가 그 재배치에서 또다시 주변부로 밀려난다면, 그 통합은 반드시 저항을 낳게 될 것이다.

메가시티가 아니라, 누가 성장의 과실을 가져가고 누가 비용을 떠안느냐가 지금 통합의 본질이다.